[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가작 「저수지, 시장,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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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 시문학 송태일
저수지
웅덩이가 자라나 생긴 저수지엔
은밀한 그리움이 숨어있다
산이 포개지는 사이
달이 수장된 채 박제되고
나무는 서로 동여매고서도
현기증으로 휘청 거렸다
새의 깃털에 증거를 남긴
그리움은 언젠가 탄로나지
물이 물을 밀어내는날
저수지 가장 밑바닥에서
퍼득이는 그리움을
빠짐없이 퍼올렸다
상처를 파내고 흙을덮듯
그리움을 퍼내고 물을 덮었다
한동안
박제된 달은 다시뜨고
물은 밤보다 고요했지만
그리움은
가장 밑바닥 보다 더 깊은곳에서
다시 자란것을
간과했다
시장
참새들 소리 아침시장 열리니
오월의 푸르른 바람결에 실은 향기
장미꽃 활짝 웃으며 손님 맞을 준비하네
부지런한 개미들 향기 따라 찾아오고
게으른 자벌레 허공에서 하품하니
뻐꾸기 가라고 큰소리로 울어대네
구두
오한으로 식어버린 지난밤을 다독이며 돋아난
소의 뿔을 갈아내고 굽을 간다
소를 길들이듯 신발을 길들인다
어쩌면 발을 길들인건지도 모르지!
퍼석거리는 마른시간
그사이 거미는 벽을 허문다
그림자로 길게 누운 하루를 돌아
구겨놓은 체면을 꺼냈다
민낯 같은발
높은 굽은 연약한 척추를
하루 종일 또각또각 못질하고
기우둥하게 기운
지구궤도만큼 닳아버린 뒤축
벽의 틈사이로 거미는 집을 짓는다
툇!
침을 뱉어 만든 광택이
눈을 부라리며 욕지거리를 하는사이
어제 꺼내놓은 체면을 잔뜩 구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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