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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우수상 「저녁 무렵, 못 말리는 유전자,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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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5-04-1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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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시문학 정지인


저녁 무렵


저녁 식탁에는

희망을 올리지 말라고

누군가 말했다지

하지만 나는

점심 때 보다 더

맛있게 희망을 요리하고 있어

싱싱하지 못한 재료는 잘 다듬고

쓴 맛 나는 부분은 알맞게 잘라내서

즐거운 양념으로 맛을 낼 거야


건강을 위해

저녁은 소박하게 차리라고

사람들은 말하지

그러나 나는

아직 맛보지 못한 음식들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들로

식탁을 가득 채울 거야

오늘의 마지막 식사이니까

어차피 산해진미를 먹던

죽 한 그릇을 먹던

밤은 곧 올 테니까

그리고


잠이 오기 전에 산책하러 나가야 해

그냥 집에 앉아

밤을 맞을 수는 없어

어두워져야만


비로소 반짝이는 것들을 보러 가야지

누군가에 이기심으로 가려져 있었을 뿐

한 번도 숨을 멈춘 적은 없었어


나도

식지 않은 희망 하나 꺼내

밤하늘에 붙여놓을 거야


지금은 저녁 무렵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야

뜨끈하게 감칠맛 나게

희망을 짓는 중이야



못 말리는 유전자


외식 때마다

아버지는 볶음밥을 드셨다

넘어서는 안 될 상한선이 되어버린

그 기름밥 덩어리는

그때부터

내 웬수가 되었다

정말 볶음밥을 좋아하신 건지

한도금액 초과가 불안하신 건지

알지 못했지만


선 본 남자가

볶음밥을 주문했을 때

그를 편도 우주 비행선에 태워 보냈다

정말 볶음밥을 좋아한 건지

절약형 취향 저격이 실수로 발포된 건지

알 필요도 없었지만


내가 볶음밥을 하한선으로 주저앉혔을 때도

아버지는 그 별 볼 일 없는 음식을 잡수셨다

정말 볶음밥을 좋아하신 건지

동병상련일 거라 오해를 하신 건지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내 앞에서 볶음밥을 시키는 남자가 사라진 지금


볶은 그리움 한 끼는

내 18번으로 등극했다

배고프니 아버지가 보고픈 건지

볶음밥 형 염색체의 오작동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뜯어말릴 수도 없고

햇볕에 널어도

말릴 수 없는

애틋함에 젖어 변이된

유전자 하나 때문에

먹어도 먹어도

나는 가슴 고프다



변증법


못보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나에게도

이름이 있답니다

눈이 불편하다고

듣고만 있으라 하지 마세요

나도 말은 멋지게 할 수 있어요

물구나무 선다고

하늘이 땅이 될 수 없듯

볼 수 없다고

세상이 뒤바뀌진 않아요

나에게 힘든 오늘이 있듯이

당신에게도 힘든 내일이

올 수도 있는 거지요

마지막 출구 앞에 서서

누가 부끄러울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눈 감은 사람이라고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마침내 보이는 것들이 있답니다

[이 게시물은 예술누리님에 의해 2025-04-15 09:35:47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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