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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우 수 상 「밝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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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60회 작성일 25-04-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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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입선-산문학 정현우


밝은 비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한 명의 어린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부모가 없었다. 다만, 거두어주는 이는 있었는데, 그는 자식이 없었고 부모

없이 홀로 울고 있는 그 소년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고 거두어준 것이었다. 그에게

거두어지고부터 소년은 행복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 자신에게

마음껏 기대어도 된다는 안도감. 그런 것들이 소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쭉 그의 곁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꺼라 생각했다. 다만, 동화 같았던 그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점점 그마저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소년은 어려워지는 생활에 고통받는 그를 쳐다보며 슬퍼하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린 소년에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으니까. 생활은 날이 갈수록 좋지 않아졌고 결국

그는 소년이 자는 틈에 먼 곳으로 떠나 돈을 벌어올 생각이었다. 이 근처에선 도저히 생활이

나아질 듯한 돈이 모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소년이 깨어났을 때 그는 없었고, 그저 소년의

옆에 쪽지 한 장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미안하구나! 아가야. 너의 곁에서 나도 항상 있고 싶었는데 결국은 세상이 우리를

떼어놓게 만드는구나... 나는 잠시 일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날 예정이란다. 먹을 것들은

준비해뒀으나 그동안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다시 한번 미안하단다.. 아가야...

언젠가 부디 꼭 다시 보자꾸나.. ’

그 쪽지를 읽은 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그가 더 이상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플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소년은 먹을 것을 준비해뒀다는 그의 말대로 먹을 것들을 먹어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버티고 버렸다. 먹을 것이 떨어져 가면 그만큼 먹는 양도 극히

줄여가면서.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먹을 것이 더 이상 없음에도 그는 소년의 곁에

없었다. 소년은 먹을 것이 없자 배고픔을 견디면서도 그를 기다렸으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소년은 그의 집 밖으로 걸어 나와 다른 집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빵 한 조각이라도 좋으니 뭐라도 먹고 싶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의 집

안에서만 살았던 아이였기에 바깥세상이 어떤 줄 몰랐다. 소년은 가는 곳마다 욕을

들으며 내쫓아지거나,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결국엔 문을 닫고 무시해버리는 그런

일만이 가득했다. 다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처지였다. 그런 소년에게 갈 곳은 없었고

그저 더러운 길바닥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런 그때 소년의 머리 위로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소리는

어찌도 시끄러운지 귀를 쪼아대고 머리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마치 괴롭힘을 받는 듯

괴로웠다.


차갑고.. 무겁고... 또 불쾌한. 그런 괴롭힘. 마치.. 그래, 표현하자면 어두운 비. 소년은

결국 그의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침대 위에서 이제는 없어진 그의 온기를 기억하며

천천히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소년은 눈을 떴다. 어두운 비가 그치고 맑게 갠 아침이었으나 소년에게 그것은

의미 없었다. 그가 소년의 곁에 없었으니까. 아무리 맑은 아침이더라도 소년에겐 그저

허무할 뿐이었다. 다시 한번 먹을 것을 구해보려 소년은 밖을 나섰다. 어제와는 다르게

집 외에도 빵을 파는 사람, 과일을 파는 사람, 음식들을 팔던 사람들로 가득했다. 소년이

향했던 곳은 빵집이었다. 하지만 소년에게 빵을 살 수 있는 돈은 있을 리 없었다. 그저

가게의 앞에서 빵의 맛있는 냄새만 맡을 수 있을 뿐이었지만 돈도 없고 꾀죄죄한 소년이

빵집 앞에 가만히 있는 걸 주인 입장에선 못마땅했던 건지 빵집 밖으로 나온 주인이 소년을

밀어냈다. 이미 어제 동안 욕을 먹고 무시당하는 세상이란 걸 어느 정도 알았던 소년은 빵집

주인을 노려보다가 주인이 빵집으로 돌아가던 때에 달려들어 빵들 몇 개를 훔쳐 달아났다.

주인은 분노하여 소년을 마구 욕하며 쫓았으나 빵집에서 먼 곳까지 쫓을 순 없었고 주인은

혀를 차며 빵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한번 그의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훔쳐 온 빵 하나를

먹으며 오랜만에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아! 얼마 만에 먹어보는 빵의 냄새인가, 빵의

맛인가. 소년은 그것을 먹을 동안에는 행복할 수 있었다.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소년은

빵을 훔쳤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그 주인이 소년이 머무는 집을 찾아낸 것이었다. 빵을

먹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년은 그가 돌아온 것인지 설레며 그곳을 바라보았으나 거기엔

크게 분노하고 있는 주인이 주먹을 쥐고 소년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소년은

크게 당황하여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가 결국 주인의 손에 잡혀버렸고 그날은 빵을 먹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사람에게서 맞는 아픔을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또다시 다음 날. 아픔을

알게 되고 공포를 알게 되었음에도 소년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대로 여기서 포기하면 난

그대로 굶어 죽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밖을 나서고 가게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 소년의 눈앞에 보인 것은 소년을 내쫓으라는 종이들이 이곳저곳에 붙여져

있었다. 참지 못한 빵집 주인이 이곳저곳에 소문을 낸 것이었다. 소년이 빵집으로 향했을

땐 당연한 듯 주인에게 쫓겼고 다른 가게들로 가더라도 그 가게의 주인들에게 욕을 먹으며,

심할 땐 이거나 먹으라며 쓰레기를 맞고 내쫓아질 뿐이었다. 그때 소년은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이 마을에 난 머물 수 없구나. 이제 난 굶어 죽을 일만 남은 걸까. 본능적으로 알 수

있게 된 이 사실에 머리가 하얘진 소년이었으나 이를 악물고 소년은 그의 집에 남아있던,

그동안 훔쳐 숨겨뒀던 먹을 것들을 가지고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으니까. 마을을 떠나 한참을 걷고 걷던 소년은 그동안 마을들, 작은

거주지 등등을 발견했으나 다른 곳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이럴 바엔 그냥 원래 있던 마을로 돌아갈까 싶을 정도로

상처만 받을 뿐인 여정에 먹을 것마저 다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져 가던 그때 소년의 눈앞에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커다란 건물들, 멀리서 봐도 규모가 있어 보이는 마을이 보였다.

이제는 환각마저 보이는 건가, 저런 큰 마을이 있을 리 없잖아.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그 큰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눈앞은 갈수록 흐려지며 머릿속은

점점 새하얘져 갔다. 정말 환각이어도 좋을 만큼 상태가 악화했을 때 소년은 그 큰 마을에

들어선 지도 모른 채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소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낯선 천장,

매우 오랜만에 느껴보는 집 안의 온기, 그리고..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앉아 있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았다. 온통 낯설고

오랜만일 뿐인 소년은 매우 놀라 침대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고 그 큰 소리에 그녀도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 본인도 잠에든지 몰랐던 듯 주변을 둘러보다 침대에서 떨어져

아파하는 소년을 발견하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아하하.. 미안해요. 깜빡 졸아버렸네... ”

“ ...다치신 곳은 없나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셔서 급하게 모셔 왔는데.”

누가 들어도 분명 상냥하다고 느낄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조심스럽게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소년은 그런데도 아직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지 멍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던 소년이 겨우 입을 열었다.


“ ...왜.. 절 거두어주신 거죠?” 짧지만 소년의 삶이 함축된 말이었다. 처음의 마을에선

거두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여정을 떠나 발견했던 마을들, 거주지에서는 거두어주긴

했어도 그저 일만 시키고 광대 노릇만 당하다 버려졌기에 지금 소년의 입장에선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기 너무나도 어려웠다.

“으응..?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셔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년이 입을 열고

여성의 말을 끊었다.

“그건 말했잖아요. 그 외에 절 거두어주신 이유가 있는 거 아니에요?”

“무슨 일을 시킬 거죠? 그리고 또 언제 버릴 거죠? 당신은 제 가치를 어떻게 보기에

거두어준 거죠?”

그녀의 말들이 소년의 입장에선 그저 답답하기만 했을 뿐이었고 답답함을 참지 못한

소년은 점점 언성을 높여가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놀라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으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그녀는 소년에게 다가가며 싱긋 웃어주었다.

“아무 일도 안 시킬 거예요. 버리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쪽의 가치라면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거고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녀의 상냥한 말에 소년은 머릿속이 너무나도 어지러워져

휘청이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동시에 잊고 있던 허기가 떠오른 건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차... 미안해요. 배고프시죠?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금방 준비해올게요!” 소년의

꼬르륵 소리를 들은 그녀가 입을 열었고 소년의 답이 나오기도 전에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소년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소년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음식의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냄새는 소년의 시선을 끌 만했고, 뚫어져라 부엌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앞에 음식을 담은 그릇들을 가져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소년의

앞에 음식들을 모두 가져온 그녀는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소년은 머리로선 이것을 정말

먹어도 되는지, 저 여자가 날 속이고 있는 게 아닌지 정말 맛있는 음식을 해온 게 맞아도

이런 걸 해온 만큼 그만큼 지금보다 더 지독한 일을 시키는 게 아닐지 여러 부정적인 생각이

맴돌았지만, 몸은 그런 생각들을 무시하며 수저와 젓가락을 잡고 음식을 먹어치웠다.

“아하하... 정말 배고프셨나 보네요. 아직은 좀 더 쉬어야 하실 것 같으니까, 침대에

누워계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릇이 모두 비워진 걸 보고서 그녀는 소년에게 말을 남기며

그릇들을 가지고 설거지하러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소년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조심히 침대 위로 올라가 몸을 말고 누워있었다. 음식은 맛있었고 그녀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날 이용할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의심을 멈출 순

없었지만 당장의 행복감에 소년은 졸음이 쏟아졌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렀을까 그녀는 변함없이 소년을 잘 챙겨주었고 소년 또한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그녀를

대하는 삶을 보냈다. 드디어 찾아온 이 행복한 삶이 쭉 이어질 수 있었으나 소년에겐 잊을

수 없는, 잊어선 안 되는 그런 인물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처음 거두어준 사람이었다.

이젠 돌아왔을지, 돌아왔다면 본인을 기억하고 있을지가 소년에겐 두려움으로 찾아왔지만

그런데도 돌아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가 없었다면 그때 소년은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며 그 마을에서 벌인 자기 행동 때문이었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그건 틀림없는 나쁜 행동이었기에 소년을 거두어준 그가 아니더라도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전하기 위해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기에 소년은 그녀에게 말했다. 자신은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과 어째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말을. 그녀는 소년이

전해준 말에 망설였다. 몇 년 동안 같이 살았던, 앞으로도 같이 살 줄 알았던, 이제는

그녀 본인에게 마음도 열어준 그런 소년이 떠난다는 것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소년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이유는 다를지언정 오랫동안 같이 지내왔던 단 한 명의 사람이 떠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괴로움에 빠져버린다는 것이고 사람 간의

온기를 알게 된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소년은

슬픔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괜찮아요. 전 알고 있거든요. 혼자 남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슬픔이 어떤 것인지, 고통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요, 반드시 다시 돌아올 테니까요. 그때는

쓰러져서 뵙는 게 아닌, 제대로 웃는 얼굴로 인사하기로 해요.... 어때요?”

그러한 말에도 그녀는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온전히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만 한다면, 그것이 소년이 바라는 방향이라면, 보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말해준 소년의 말을 희망으로써 믿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좋아요... 하지만 꼭 돌아와주셔야 해요. 당신이 한 말이니까요.. 지키지 않으면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거니까요.”

그녀의 말에 소년은 어린애같이 순수하고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손 인사를

해주곤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고 자신이 걸어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던 때에 뚝 뚝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인지 비를 맞는 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가벼운, 마치 하늘이 자신의 앞을 축복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의

비였다. 이런 비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소년은 이내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비는... 밝은 비라고 부르자.”

“하늘이 이 앞을 축복해주는 듯한 밝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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