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 「다시 태어난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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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선-산문학 민경례
다시 태어난 껍데기
세상에는 두 가지 껍질이 있다 달콤 보들해도 깎아버리는 껍데기가 있고, 자연 그대로
딱딱한 껍데기가 있다. 모두가 쓸모없어 버리는 것들이다. 나는 생각 없이 껍데기를 버리다
어느 날 갑자기 익숙하게 버려진 껍데기 속에 자신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남들이 누리는 행복한 가정주부 역할에서 탈락된지
이미 오래였다.
어디 그것뿐인가. 일상생활도 혼자 할 수 없는 병약한 사람이 되었잖은가. 자기의
존재감마저 던져 버려진 채 옳고 그름의 주장을 참고 살아야 평안하다. 자기 주장을 펼치고
살려면 거기에는 긍정과 부정이 다툼을 일으킬 때가 많아서다.
하루의 시작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의 도움으로 산다는 것 정말 스트레스다. 나를
보고 사람들은 항상 성격이 쿨, 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마음을 들여다 보면 나름 아픈
구석이 많다. 어질 인(仁)의 가르침을 생활에 깊이 담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마땅히
그렇게 살려고 중용을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나절이 지난 시간 창공 멀리 구름 한 조각이 유유히 흐른다. 참 평안해 보였다. 내가
그토록 이십 년 동안 아파서 묻고 또 슬퍼서 물어도 아무 대답 없이 참으라는 것인지
조용하기만 한 저 하늘의 묵묵한 구름이, 왠지 오늘은 얄밉다.
내 기분이 그냥 그렇게 느껴지던 날이다. 아침에 도우미와의 의견 충돌로 마음이 맘껏
발효된 화가 끓어올라 가라앉지를 않는다. 아픔 한 겹인 사람이 슬픔 두 겹인 사람을
끌어안으라는 철학의 교훈을 삼켜봐도 고슴도치 닮은 성게는 용트림 강하게 했다. 그리고
찢긴 상처가 아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를 울부짖었다.
도우미가 아침에 떠나고 혼자가 되었어도 내 마음속은 유월 장맛비에 황사 먼지 이물질이
확 씻겨나간 듯 깔끔했다. 그렇게 홀가분한 기분도 잠시, 시원했던 일상생활에 빨간불이
켜진 체 온종일 침대에서 우선 멈춤이 되어 이튿날 아침을 맞이했다.
나약한 거미도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먹이를 잡는다. 점성줄을 뽑아 집을 짓고 먹이
사슬을 하는데, 멍하니 서 있는 채로 정점을 향해 종착지에 이르는 시간이 오는 자신을
돌아봤다. 물질 사회에 불필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삶이 밉고 야속했다. 집안에
있는 자신의 소지품들을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도 들고 거울을 보며 두 눈을 감아도
봤다 눈을 감으면 이렇겠지 하며 연습하듯 핸드폰으로 사진을 남기며 연기를 하다 문득
소스라쳐 우울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항상 힘을 주시는 그 분에게 기도했다.
긍정의 힘을 실어주시며 토닥여 주셨다
“경례야! 너는 열심히 잘 살아왔다, 따뜻했다.”
매일 방문하는 껌딱지 아줌마가 들어왔다. 그녀는 편마비라 조금씩 걷는다. 그러나
발목에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걷지를 못해 신발을 신고 어디든 들어간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비속어가 칼 춤추던 소리를 전해 듣고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놀란
표정이다. 그렇게 상상할 수 없이 날카롭던 강한 소리는 작은 공간에 조용히 숨었다. 나를
보고 큰 언니라고 부르는 껌딱지 아줌마는 자신도 불편한 몸이건만 침상에 정리되지 않고
뒹구는 어지러운 침구들을 이리저리 옮겨 놓았다. 오른손만 사용해 손가락에 류머티즘
관절이 생겨 손가락 끝을 수술해 가며 살아가는 껌딱지다 나에게 꼭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껌딱지 이웃이다.
저녁 7시가 되니 직장에서 돌아온 귀여운 친구 같은 딱따구리 아가씨가 소식 듣고 원정을
왔다. 딱따구리 아가씨와 껌딱지 둘이서 어제 마트에서 사 온 닭똥집과 불닭발 양념구이를
만들어 나름의 밥상을 차려 셋이서 저녁밥을 거하게 먹었다.
딱따구리와 껌딱지가 잠자리를 도와주고 떠난 밤 나는 어둠이 싫어 방안에 불을 켜놓고
가라고 했다. 긴 밤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눈을 감지 못할 것 같다.
서러움과 외로움에 눈물을 닦다 날 밤을 세우고 새벽을 맞으니 조용한 시간 나를 부르는
옆집 육호 껌딱지다. 한쪽 손으로 음식을 다 갖고 올 수 없어 가방에다 볶음밥하고 그 위에
달걀부침 하나 얹어서 단무지와 가지고 왔다
“언니! 나 병원에 가니 밥 먹고 놀고 있어요. 빨리 올게요.”
나는 눈물 어린 밥상에 수저를 얹지 못하고 있을 때다. 현관문이 열리고 어제의 그녀가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이 경솔했고 조금 참았으면 할 것을 그랬다면서 사과를 정중히 했다.
그녀가 온 것은 나에게 자신이 일한 근무일지에 사인을 받으러 온 것이다.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미운 얼굴 보지 않으려고 아예 마음을 닫고 입도 눈도 모두 닫은 상태다. 할
말이 없다.
그냥 있었던 자리에 컴퓨터만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일 해결할 수 없는 화장실
부분을 그녀가 서슴없이 비워주며 웃고 있다. 그녀에 대한 미움이 한순간에 무너지며
온몸에 소름이 닭살 되어 돋아났다.
‘그래’
어제의 일은 없었던 거야,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녀를 잡으라고 내 마음에 계신 그분이 고집 센 나를 움직였다.
지금 제일 힘든 일을 서슴없이 해결해 준 그녀의 심성을 읽었다.
‘고마워요’
다시 보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있다. 나도 가슴이
벅차 울먹였다. 그렇게 둘이는 아픔을 겪고 새 역사를 쓰기로 했다. 펌프와 마중물이 되기로
했다. 불편한 몸으로 살며 자신의 삶이 버거워 때로는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펌프에게 도우미는 언제나 사랑의 마중물이 되어 줬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 함께 살자고
약속을 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 도우미는 병원도 가고 미장원도 가고 이틀 동안 뒤틀린 일을
부지런히 해결하고 병원 일도 참신하게 일처리를 도왔다.
우리 두 사람은 미장원으로 향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미장원은
흔하지 않다 백화점에 있는 거대한 미장원에 들어섰다. 주인은 반갑게 맞아주지 않고
데면데면했다. 그래도 나는 참았다. 머리를 예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일 오라는 약속을
받고 좀 기분이 상했지만 아무 말 없이 돌아서 왔다.
왠지 개운하게 풀리지 않는 기분에 백화점 둘러보는 쇼핑을 했다. 그리고 단골집으로
달려갔다. 빅사이즈 세일이다. 봄 코트 하나 사고서야 스트레스가 좀 풀렸다.
다음날 오후 1시 약속한 미장원에 갔다. 커트를 하고 미용사가 권장하는 고급파마는
피하고 보편형으로 했다. 그런데 머리를 감아야 할 차례다. 가슴이 두근두근 편하지 않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고난도의 과정은 옮겨 앉는 것이다. 도우미가 첫 관문은 잘했다.
머리를 감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코너에 몰린 죄 없는 죄인이 되었다. 옮겨타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고 팔 힘으로 안간힘을 다했다.
현장 상황에 도우미는 약했다. 나만 죽도록 고생하고 자존심 무너지고 균형 없는 육체를
다 들고 바들바들 떨며 몇 번의 점프를 거쳐 휠체어에 앉았다.
청년미용사들이 많지만 남의 일이다. 내 얼굴이 죽상이 되었다.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맘먹었다. 내가 내 돈 내고 파마하는데 왜 눈을 못 뜨고 부끄러웠을까?
나는 생각해 보았다. 너 자신을 알라 너는 시니어세대 그들은 N세대라 그렇다.
‘이 바보야! 이게 요즘 사회의 민낯이다.’
버려진 껍데기에서 미를 찾는 나는 용감한 노 세대다 다음 주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마음은
도란도란이 있기 때문이다. 멋진 파마머리 휘날리며 달려가는 순간이 기다려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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