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아우성 끝, 안심하세요/ 눈 오는 날 간짜장 먹기 / 핑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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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선-시문학 이승옥
아우성 끝, 안심하세요
따르릉 따르릉
화재경보 종이 귀청을 때린다
밖으로 나가세요
밖으로 나가세요
화재 경보가 목이 터져라 질러댄다
대피하세요
대피하세요
사람들의 긴박한 소리
창백하게 놀란 심장은
규칙 없는 방망이질로
이성적인 기억을 모두 앗아간다
얼른 대피하세요
얼른 대피하세요
누진다초점 안경을 쓰고도
앞을 더듬는다
간신히 휴대전화를 찾아
문 밖으로 나온다
매캐한 냄새 어지러운 아우성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
원망하며 동동거린다
안심하세요
잘 진화됐습니다
눈 오는 날 간짜장 먹기
잰걸음의 사람들이 정겹다
눈 속을 오가는 사라들이 즐겁다
단골 중국집에 앉아서
새하얀 눈을 본다
펑펑 쏟아지는 눈과 사람들을 본다
간짜장을 먹는다
새하얀 눈 한 줌
간짜장에 올려 비비고 싶다
새하얀 눈과 새까만 간짜장
내 긴 속눈썹과 굵은 머리털 같다
눈과 함께 간짜장 참 잘 먹었다
핑계
시간을 탓하다
자르지 못한
더벅머리를
자른다
가볍다
숱까지 많은 덥수룩한 머리카락은
큰 얼굴을 더 크게 뽐낸다
코로나 전에는 미용 봉사자의 살핌을
받았는데
게을러 미용봉사를
신청하지 못해
직접 미용실을 가야하니
힘들고 불편하다
중증장애인 승옥이의 호강에 겨운 비명이다
속사람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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