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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최우수상 _「신호등 앞에서, 복지관 가는 날, 금정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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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5-04-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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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시문학 황우남


신호등 앞에서


호계동 사거리 8차선도로 횡단보도

건너편에 모여 있는 사람들

구름 떼처럼 몰려올 기세다


뇌졸중으로 몸과 마음이 불안한 나

균형을 잃은 몸이 두려움으로 떨린다


신호등 바뀌자 사람들 재빠르게 건너온다

중간쯤 건너가는데


누군가 나를 툭 치며 간다

경직된 몸이 넘어질 듯 비틀거리자


교통경찰이 황급히 달려와

감각이 없는 나의 왼팔에 팔짱을 끼고


길동무 되어 건너간다


건너와 두발을 모으고서니

놀란 가슴의 심장 소리가 잦아들어


하얀 줄무늬 횡단보도를

편안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중심이 뒤틀린 다리

좀 흐느적거리면 어떠냐


날마다 주어진 시간을 꿋꿋하게 건너가리라

가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서 가리라


지나온 횡단보도 한참 바라보니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만 하다





복지관 가는 날


십자 성호를 긋고 10번 버스를 탄다

어젯밤 야근한 사람


게임에 빠진 학생


방지턱에 급커브길

손잡이 꼬옥 잡으세요


머리 위에서 웅웅대는 소리


꽉 쥔 오른손에 푸른 힘줄 돋는다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학생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선다

킥킥대며 고정한 눈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눈을 감는다

나는 창밖으로 허전하게 고개를 돌린다


그때 기사가 한마디 한다

자리 양보 하실 분 안 계십니까


한 학생 엉덩이 들썩이다 일어난다


오늘도


죄지으며 하루를 시작한 날이다






금정역에서


자정으로 치닫는 늦은 밤

어둠 한 줄 끌어안은 전동차가

저 혼자 들썩이고 있다


금정역에 주저앉은 천근 만근 몸뚱이를

잔뜩 웅크리며 눕는다


저 쇠바퀴는 달려도 끝이 안 보이는

빌딩 숲을 지나


휘황찬란한 불빛을 빠져 나왔으며

하루살이 떼 같은 사람들을 싣고 달렸다


막차 기다리며 종종거리는 발걸음

한없이 짓누르며 아우성치던 청춘도

겨우 몇 정거장이라고


헐떡이며 등 떠밀려 여기까지 달려와 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내가 나에게 말해 준다


두 발 흔들리고

몸이 좀 뒤틀리면 어떠냐

지금 이 어둠의 끝자락도


불과 몇 걸음


다시 건너가야지 곧 출발이다




[이 게시물은 예술누리님에 의해 2025-04-15 09:36:07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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