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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대상 _「돼지저금통, 솔에 대한 명상, 지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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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5-04-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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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상-시문학 정영준


돼지저금통


배를 가른다


내 배 갈라 애기 꺼내듯

조심조심 돼지저금통 배를 가른다


만삭 때 느낀 무게보다


훨씬 가벼운 미숙아의 떨림이 손을 흔든다

세운 무릎 위로


달 채우지 못한 울음이 떨어지고

앞선 소리 튀어 올라


뒤에 소리 더 키우는 울음소리가 무서워

무릎을 가슴에 붙인다


마치 울음을 자궁 속으로 밀어 넣듯


시계가 시간을 퍼 올린다

멎었던 햇살이 아침을 흔들어 깨우고


동전 한 움큼 쥐고 집을 나선다

상처 새어 나올까 봐

창피 삐져나올까 봐


손을 틀어막는다

입 막힌 동전


살점 도려내고 지문으로 박힌다



살아 온 길이 살아 갈 길처럼

흐릿하게 저려온다


버스에 올라 살점 하나하나 떼어 차비로 셈을 한다

덜어낼 것 없는 빈집에서


저금통 배를 갈라 버스비를 마련하듯

내 배를 갈라


물어보지 않은 노선도를 보여준다

버스는 덜컹


길은 고비를 넘어서 가는 거라고

흔들리는 손잡이 잡고 가는 거라고

빈손 들고 기다린 사람들을 태운다

나는 손에 남은 살점 더듬어 더듬어

자궁 속에 밀어 넣는다


만삭의 꿈을 꾸듯






솔에 대한 명상


건너는 돌다리 그쯤

발아래 흐르는 물소리 들리나요


깊이 따라 손뼉 치는 사람 보이나요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중심 잡아 안내하는 숨은 쉼표 느끼나요

음계를 소리 내어봐요


낮은 도부터 조심스레 발걸음 떼어봐요

시작만큼 껍질 깨고 나아가긴 힘들죠


높은 도가 가까워질수록 뱉어내는 소리 어지럽죠

엉켜버린 내면이 더듬거리며 찾는 음표가 필요하죠

돌다리를 잡아주는 주춧돌 말이죠


딛고 올라서야 볼 수 있는 내 목소리

오선지에 놓을 단단한 소리

플랫처럼 내려놓아야 만날 수 있죠

까짓것 숨 한번 쉬기로 해요


낮은 음은 상처랍니다

높은 음은 자랑입니다

들리는 소리 그쯤

절망에 닿지 않도록

손뼉 칠 때까지만

마음을 조율해요






지게차


지게차에 올라 연습을 한다


문틈에 끼인 통증이 팔레트를 들어 올렸는지 모른다

받아든 성적표처럼 쭈뼛거리는 바람을


등으로 가리고

동그랗게 말아 쥔 손에 뻥튀기듯


아침을 분다


정지선에 모인 햇살이 튀밥 같다

밥술이나 먹으려면


기술 배우라던 아버지 말이

하얗게 그렁거린다


연습장은 산 정상에 놓였다

아래로 가구공장 목쉰 소리가

산을 긁어댄다


숟가락 패인 홈으로

밥상머리에서 퍼 나르던 말들이

지게차 포크에 들려진다


“딴 일 알아봐요”


말 보쌈 한 입 덜어준 톱밥 같은 살림이

퍽퍽하게 바퀴를 붙잡는다




시험장 대기실이 만원이다

부어오른 손가락 표정 위로

불어터진 사람들 놀란 얼굴이

착 붙는다


멀쑥한 걸음으로 딛고 갔을

풀기 없는 발자국에


손끝이 시리다

언젠지도 모르게


아비들 아픈 손가락이 된 오늘

희끗해진 주름으로

얼굴에 궤도를 깐다


찰진 궤도는

밀려서 가는 게 아니라

서로 밀어서 가는 것


손톱 밑 피멍들이 시름 들려 굴러간다

[이 게시물은 예술누리님에 의해 2025-04-15 09:36:07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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