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가작 _「키 작은 채송화, 엄마,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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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작성일 25-04-07 16:21 조회 161 댓글 0본문
가 작-시문학 서영옥
키 작은 채송화
내 나이 21살적에
우리 집 앞마당 한쪽엔
5년 살이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있었더랬습니다.
따스한 봄볕을 못 이기는 척
옅은 연분홍의 앵두꽃이 피었었습니다
아침부터
마루 끄트머리 벽에 기대어 앉아
다닥다닥 피어있는 꽃을
하염없이 바라 보았더랬습니다
병상을 떨치지 못하는
딸 모습이 애처로우셨을까~
엄마는
채송화 모종을 광주리에 한가득 머리에 이고
딸 이름을 부르며 대문에 들어서셨었습니다
앞마당 앵두나무 근처에
흙을 돋우고
채송화를 심어 주셨었습니다.
한 송이 채송화는
또 다른 채송화 친구를 만들어 내었고
많아진 채송화에
우리 집은
채송화 꽃집으로 불리 우면서
알록달록한 키 작은 채송화는
그해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었습니다
채송화 근처에 돗자리 펴놓고
새털처럼 가볍다는 말과 함께
나를 안아 내려놓으며
오빠는 안쓰러워했었었습니다
노랑, 주황, 빨강의 꽃들...
이미
꽃잎이 진 자리에도
씨방 가득 반짝이는
작은 알갱이의 씨앗들이 가득했었더랬습니다.
장마 비가 내릴 때면
빗방울에 튕기던 키 작은 채송화가
채송화를 심어 주시던 엄마의 마음이
동생을 안아 채송화 앞에 내려놓아 주던 오빠의 그 마음이
장마 비가 내릴 때면
빗방울에 튕기듯
아릿한 추억이
자꾸만... 맴맴 돕니다
엄마
엄마 입맛에 맞는 반찬 서너 가지 만들어 손에 들고
문고리 잡아 돌리며 “엄마~”
“이게 누구여 딸이여?”
늘 반기는 엄마의 말은 똑같다.
나는 나이 들고 늙어도 좋으니
엄마는 요대로 계시라 했을 때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게 아니고
우리들 앞을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계속 지나가는 것이라고 하시더니
울 엄마 점차 작아져 꼬맹이처럼 키가 작아져서 어쩌나...
누가 꽃 좋아하시는 줄 모를까 봐
마스크 쓰고 빨간 덩굴장미 핀 담장 밑에서
봄 색시처럼 찍은 사진 애지중지 장롱 안에 세워놓으셨네
엄마
엊그제 동네 마트에 갔더니
나 어릴 적에 엄마가 만들어 주던 가지나물, 무나물, 시레기 반찬거리가 보이길래
한 가지씩 담다보니 추억만큼 많은 장바구니 됐네
엄마의 그때 맛을 기억하며 만들어서
엄마의 외손 주 앞에 놓아주니
좋아하더이다
가시
낯선 꽃 모양새
낯선 꽃향기
느닷없이 끌리는 호기심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혹시나, 나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염려와 근심 속에도
호기심은 멈출 줄 모른 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시덤불에 찔리지나 않을까
좋지 않은 불안한 예감에도
가시를 피해 손을 뻗었는데
뒤에 숨겨진 가시를 못 본 까닭에
찔린 상처에 붉은 피가 솟는다.
찔린 피부의 상처가 마음까지 아리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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